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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종의 모습묵상 2021. 10. 17. 08:22
요즘 부쩍 하나님의 뜻에 순종한다는 것은 삶 속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야 할까 고민하게 된다. 놀랍게도 최근 들은 말씀들을 통해 때에 맞게 응답해 주시는 은혜에 감사하다. 첫째로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바라시는 순종의 모습은 주님께서 말씀하시기까지 잠잠히 기다리는 것이다. 출애굽기 32장은 모세가 시내산에서 증거판을 받아 내려오기를 기다리던 이스라엘 백성들이 그 새를 참지 못하고 금송아지 우상을 만드는 장면을 그리고 있다. 백성이 모세가 산에서 내려옴이 더딤을 보고 모여 백성이 아론에게 이르러 말하되 일어나라 우리를 위하여 우리를 인도할 신을 만들라 이 모세 곧 우리를 애굽 땅에서 인도하여 낸 사람은 어찌 되었는지 알지 못함이니라 (출애굽기 32:1) 이 말씀을 처음 읽었을 때는 잠시도 인내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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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가 되는 노래끄적끄적 2021. 10. 10. 04:58
힘든 시기를 지날 때 노래를 통해 뜻밖의 위로를 받을 때가 있다. 올해 개인적으로 위로가 되었던 노래들을 정리해 보았다. 1. 《도망가자》 by 선우정아 얼마전 힘들어 하는 친구에게 들려주었던 노래다. 사방이 막힌듯한 어둠 속에 있는 누군가에게 '너의 얼굴에 빛이 스며들 때까지 어디로든, 어떤 속도로든, 함께 도망가자'라는 말만큼 위로가 되는 말이 있을까. 그 말이 나에게는 하나님의 음성 같았다. 하나님은 내가 지쳐서 울고 있을 때 어서 일어서라며 다그치는 분이 아니라, 지쳐도 괜찮다, 내가 너와 함께 하겠다, 따뜻하게 위로하시는 사랑의 아버지시다. 나아가 노래의 말미에서처럼 괜찮아지면 함께 씩씩하게 돌아오자고 말씀하신다. 도망가자 어디든 가야 할 것만 같아 넌 금방이라도 울 것 같아 괜찮아 우리 가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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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감사하기묵상 2021. 9. 27. 12:16
화려하지 않아도 정결하게 사는 삶 가진 것이 적어도 감사하며 사는 삶 내게 주신 작은 힘 나눠주며 사는 삶 이것이 나의 삶의 행복이라오 오늘 예배에서 이 찬양을 듣는데 눈물이 났다. 나눔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한 한 주였는데, 정작 행복을 누리지 못하는 내 모습에 마음이 무너져내렸던 것 같다. 내 상태가 온전하지 않은데, 하나님의 자녀로 이기적으로 살면 안되니까 억지로 발버둥을 치고 있었다. 사실은 내 공허한 마음과 오랜 씨름을 하며 어떤 사람이 아닌 여호와 한 분만으로 부족함이 없다는 고백을 할 수 있게 해달라고, 내 연약함을 도와달라고 기도해 왔었다. 중간 중간 소소한 응답도 있었지만 나는 자꾸만 제자리로 돌아가는 기분이었다. 진정되지 않는 마음에 집에 와서 유기성 목사님 말씀을 찾아 들었다. 우리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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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중심묵상 2021. 9. 13. 23:04
자기의 육체를 위하여 심는 자는 육체로부터 썩을 것을 거두고 성령을 위하여 심는 자는 성령으로부터 영생을 거두리라 (갈라디아서 6:8) 얼마전 큐티를 하면서 시쳇말로 뼈를 때렸던 말씀이다. 심고 거두는 것은 성경에서 자주 사용되는 비유이다. 여기서 '심는다'는 것은 비단 말씀을 전한다는 의미 뿐만이 아니라, 우리 삶에서 무언가를 얻고자 하는 모든 시도를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이 아닐까 싶다. 그렇게 그동안 무언가를 거두기 위해 했던 나의 모든 노력과 고민들을 돌아보았다. 그것들이 '육체를 위하여' (NIV성경은 'to please their flesh'라고 번역한다) 심는 행위였던가, 아니면 '성령을 위하여' ('to please the Spirit' [NIV]) 심는 행위였던가? 돌아보니 커리어에 대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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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것들끄적끄적 2021. 9. 12. 08:37
일상이 팍팍하게 느껴질 때는 스스로가 좋아하는 사소한 것들에 대해 적어보라는 조언을 들은 적이 있다. 그래서 적다보니 그런 일들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적어도 하루에 한번은 내가 좋아하는 일을 의식적으로 한다면 꽤 괜찮은 일상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든다. 이 리스트를 점점 늘려봐야겠다. 푹 자고 알람 없이 개운하게 일어나기 추운 겨울날 방구석에서 귤 까먹으며 만화책 보기 불꺼진 방에서 프로젝터로 영화 보기 진심이 나눠지는 대화 랜덤플레이리스트에서 좋은 음악 발견하기 수업 시간에 초롱초롱한 아이들의 눈 카페 창가에 나란히 앉아 비 구경하기 향초 켜놓고 책 보기 예쁜 풍경 사진에 담기 맑은 날 동네 한바퀴 막힘 없이 페이퍼 쓰기 남몰래 덕질 아이템 장만하기 추운 겨울밤 옷껴입고 불빛 가득한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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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는 것묵상 2021. 8. 26. 05:47
요즘 여기저기서 '자존감'이라는 키워드가 주목을 받고 있다.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은 다른 사람과 건강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고 타인을 진심으로 돕고 사랑할 수 있는 여유 또한 가지게 된다. 생각해 보면 오랜 시간 나는 낮은 자존감 가운데 외로움을 채우기 위해 사람들을 만났던 것 같다. 순수하게 누군가에게 호의를 베풀고 싶은 마음 보다는 그 호의를 통해 내 인정 욕구를 채우고자 하는 마음이 더 강했다. 내가 주는 만큼의 반응, 혹은 그 이상을 기대하고, 그 기대가 충족되지 않을 때 실망했다. 내 외로움을 곧잘 채워주는 상대를 만났을 때 지나치게 의지하고 요구하게 되었고, 결국 나의 욕심이 관계를 어그러뜨렸다. 이런 건강하지 않은 관계의 악순환이 한계에 이르렀던 어느 날, 이기적인 내 모습이 보이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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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학기를 준비하는 마음끄적끄적 2021. 8. 19. 13:42
이제 곧 가을 학기가 시작된다. 오랜만에 만료된 학교 아이디를 재발급 받으러 캠퍼스에 갔다. 간 김에 학교 서점 창가에 앉아 캠퍼스의 풍경을 바라보다 보니 들뜬 표정으로 삼삼오오 걸어가는 학생들의 모습이 보였다. 1년 넘게 비대면 수업을 하면서 집에서 컴퓨터 화면을 통해 학생들을 만나고 가르치는 것이 너무 익숙해져 버렸다. 그래서 대면 수업을 재개한다고 했을 때 사실 귀찮은 마음이 걱정스러운 마음보다 더 컸다. 그런데 오랜만에 학생들을 보고있자니 그들의 설렘이 나에게까지 전해지는 것 같았다. 대학 수업을 듣고 동아리 활동도 하고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면서 그 나이에만 누릴 수 있는 캠퍼스 생활일 텐데, 지난 시간 동안 이 아이들은 어떤 기분이었을까. 나에겐 귀찮기만 했던 가을 학기가 누군가에겐 엄청 오랫동..